2024.03.28 (목)
셰익스피어의 대표적인 작품 중 ‘베니스의 상인’은 누구나 어릴 때 한번쯤은 들어서 알고 있을 것이다. 해상교역이 활발했던 시절의 베니스에서 고리대금업자였던 샤일록은 평소 눈엣가시로 생각하고 있던 안토니오에게 돈을 빌려주기로 하였다.
안토니오는 자신이 돈을 갚지 못하게 되면 심장에서 가장 가까운 살 1파운드를 가져가겠다고 하는 터무니없는 요구조건에도 불구하고 샤일록과 계약을 하게 되었다. 하지만 안토니오는 불가피하게 빌린 돈을 갚을 수 없게 되었고, 그로 인하여 샤일록에게 고소를 당하였다.
그런데 그 계약불이행에 대한 재판에서 판사인 포샤가 샤일록에게 계약서에 기재된 대로 안토니오의 살 1파운드를 가져가되, 피는 한 방울도 흘리지 않도록 하라는 판결을 내려 안토니오의 목숨을 구하게 된다.
샤일록과의 계약서에 피에 대한 언급이 없다는 이유로 피를 한방울도 흘리지 않고 정확하게 안토니오의 살 1파운드만 가져가라는 포샤의 주장은 억지일 수밖에 없다. 즉, 계약은 원칙적으로 당사자간 이행하여야 할 의무가 있고, 그 이행을 하지 않았을 경우 불이익을 받는 것이 기본이다.
그러나 샤일록의 계약처럼 그 이면에 숨겨진 무서움을 알고 있었더라면 안토니오도 사람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불법적인 계약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.
매니페스토(Manifesto) 또한 선거와 관련하여 유권자에 대한 계약으로서의 공약을 말한다. 즉, 후보자가 공약으로 목표와 이행 가능성 및 예산 확보의 근거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여 유권자로 하여금 꼼꼼히 살펴보고 비교하여 올바르게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. 샤일록의 계약과 같이 후보자의 공약도 유권자에게도 그 공약을 잘 살펴보아야 하는 의무가 있으므로, ‘계약’의 당사자로서 유권자는 ‘매니페스토’란 계약서를 작성해야 한다.
후보자는 계약의 내용이 되는 신뢰할 수 있고 실현가능한 공약을 사실대로 알리고, 유권자는 그 내용을 정확하게 보고 판단함으로서 후보자와 유권자가 각자 계약이 잘 이행하도록 노력해야 한다.
제21대 국회의원선거가 앞으로 40여일 정도 밖에 남지 않았다. 4월 15일, 유권자의 선택에 따라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이 결정된다. 후보자가 약속한 공약을 우리는 유권자로서 ‘투표’라는 계약을 하기 전에 그 공약을 잘 판단하여 ‘샤일록의 계약’을 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.